유통
국내 식품업체의 올해 1분기 실적이 해외 매출 비중에 따라 극명하게 갈렸다. 고환율과 원자재 가격 상승, 내수 침체라는 삼중고 속에서도 수출 비중이 큰 기업은 K-푸드 열풍을 등에 업고 호실적을 기록했다. 내수 의존도가 높은 식품사는 수익성이 뒷걸음치며 실적이 악화했다.해외 호실적 덕에 1분기 미소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의 세계적 인기에 힘입어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지난 15일 삼양식품은 올해 1분기 매출이 529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1분기보다 37% 늘어난 수준이다. 영업이익은 1340억원으로 1년 전보다 67% 증가했고, 영업이익률은 25%까지 올랐다.같은 기간 해외 매출은 4240억원으로 47% 뛰었다. 작년 2분기 해외 매출 3000억원을 넘어선 데 이어 사상 처음으로 4000억원을 돌파했다. 삼양식품 전체 매출 가운데 해외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80%까지 확대됐다.미국, 중국, 유럽 등 해외 법인을 중심으로 전 지역에서 고른 성장세가 지속되며 해외 매출이 크게 늘었다는 게 삼양식품의 설명이다. 같은 날 실적을 발표한 오리온도 주요 해외시장에서 선전하며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갔다. 오리온의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1% 증가한 8018억원을 나타냈다. 영업이익은 1314억원으로 5% 늘었다. 중국(7.1%), 베트남(8.5%), 러시아(33%) 등 글로벌 법인이 호실적을 이끌었다. 국내 법인의 내수 판매액은 1.6% 성장하는 데 그쳤지만, 미국을 중심으로 수출액이 23% 늘었다. 수출 물량이 급증하면서 1분기 해외 매출 비중은 68%로 커졌다.업계 1위인 CJ제일제당은 내수 부진의 여파로 1분기 역성장했지만, 해외 식품 사업에서 성과를 내며 일부 방어에 성공했다. CJ제일제당은 자회사 CJ대한통운을 제외한 연결 기준으로 올해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4조3625억원, 2463억원이라고 지난 13일 밝혔다. 1년 전보다 1.8%, 7.8% 감소한 수치다.주요 사업인 식품 부문에서 영업이익이 크게 줄어든 영향이 컸다. 식품사업 부문 매출(2조9246억원)은 전년보다 3% 증가했지만, 영업이익(1286억원)은 30% 감소했다. 해외 식품 사업 매출은 1조488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 늘었다. 대표 브랜드인 ‘비비고’의 인지도가 계속 올라가며 북미를 비롯해 유럽과 오세아니아 등에서 고른 성장을 이어갔다. 작년 4분기에 이어 2분기 연속 전체 식품 매출 가운데 해외 비중이 50%를 넘겼다.효자 상품 앞세워 해외시장 노린다수출보다 내수 비중이 큰 기업은 전반적으로 아쉬운 성적을 받았다. 롯데그룹 주력 식품 계열사인 롯데웰푸드는 매출이 9751억원으로 2.5%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이 164억원으로 56.1% 쪼그라들었다. 롯데칠성음료도 매출 9103억원, 영업이익 250억원으로 2.8%, 31.9%씩 줄며 외형과 이익 모두 감소했다. 같은 기간 농심의 매출은 8930억원으로 2.3%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8.7% 줄어든 561억원을 기록했다. ▲오뚜기(-21.5%) ▲빙그레(-36.1%) ▲하림(-32.92%) ▲매일유업(-33.3%)도 매출은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이 감소세를 보였다.
식품업계는 해외사업을 확대해 하반기 실적 반등을 노릴 계획이다. CJ제일제당은 미국, 유럽, 일본 등에 생산기지를 확충하며 해외 식품 생산 역량 증대에 나선다. 작년 미국과 유럽 헝가리 신규 공장 구축에 8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한 데 이어 일본에도 1000억원을 투입해 새로 만두 공장을 짓는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선제적인 해외 현지 인프라 구축을 통해 다시 불붙는 ‘K-트렌드’의 기회를 잡고, 명실상부한 글로벌 리딩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라고 말했다.농심은 ‘스낵’ 사업을 차세대 K-푸드로 정하고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 역량을 집중한다. 최우선 국가를 선정해 전략 제품을 육성하고, 전략적 투자를 통해 국외 현지 생산 거점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국내에서 가장 큰 인기를 얻는 ‘새우깡’의 글로벌 진출을 우선 추진하고, ‘빵부장’과 ‘바나나킥’ 등도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시킬 예정이다.올해 3월 걸그룹 ‘블랙핑크’의 멤버 제니가 미국 토크쇼 ‘제니퍼 허드슨 쇼’에서 바나나킥을 직접 소개한 이후 4월 미국 수출 물량은 전달보다 69% 급증했다. 현재 농심은 미국을 중심으로 바나나킥의 후속작 ‘메론킥’ 수출을 준비 중이다.지난 3월 네덜란드에 설립한 현지 법인을 시작으로 유럽으로도 수출을 확대할 계획이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해당 법인을 통해 유럽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다. 또한 농심은 국내 대표 광고대행사인 제일기획과 손을 잡고 ‘신라면 툼바’를 글로벌 브랜드로 육성할 계획이다. 제일기획은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을 글로벌 히트작으로 만든 바 있다. 롯데웰푸드는 동남아, 북미 등으로의 수출 확대, 해외 생산 라인 구축 등을 통해 ‘빼빼로’를 매출 1조원의 글로벌 메가브랜드로 키울 방침이다. 지난해 1월 롯데웰푸드는 빼빼로 브랜드의 첫 번째 해외 생산기지로 인도를 낙점하고 현지 법인인 ‘롯데 인디아(LOTTE India)’ 하리아나 공장에 약 3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올해 하반기 인도 현지 생산을 목표로 하리아나 공장 내 유휴공간을 확보해 오리지널 빼빼로, 크런키 빼빼로 등 현지 수요가 높은 제품의 자동화 생산 라인을 구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