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일반
물류에서 호텔까지…유통가 뒤흔드는 피지컬 AI 혁명 [피지컬 AI가 바꾸는 질서]②
- AI 로봇 물류 산업 새로운 트렌드로
호텔·편의점 등도 로봇 활용 운영 효율 검증
[이코노미스트 이지완 기자] 유통 업계에 인공지능(AI) 바람이 거세게 분다. 디지털 AI를 넘어 신체적 능력까지 갖춘 ‘피지컬 AI’로의 진화에 시선이 쏠리면서다. 이는 노동 집약적 성격이 강한 유통 산업에 생산 효율성 증대 등 획기적인 변화를 몰고 올 것이라는 기대감을 불러온다.
사람 대신 로봇으로 효율 극대화
국내에서 피지컬 AI에 대한 테스트가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곳은 물류 현장이다. 물류 업계 맏형 격인 CJ대한통운은 경쟁사보다 한발 앞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이동형 로봇 팔레타이저’와 ‘AI 휴머노이드 로봇’이 있다.
이동형 로봇 팔레타이저는 박스를 자동으로 분류해 팔렛트에 쌓는 로봇팔 형태의 장비다. 여기에는 CJ대한통운의 특허 기술인 ‘로터리 구조 자동 버퍼 시스템’이 적용됐다. AI가 컨베이어 벨트에서 밀려오는 박스의 크기와 적재 가능 여부를 판단해 가장 효율적인 순서에 투입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를 통해 팔렛트 활용도와 적재율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CJ대한통운은 이 로봇을 지난해 7월부터 아시아태평양 8개국 소비자의 주문을 처리하는 인천 글로벌 허브 물류센터(GDC)에 설치해 운영 중이다.
CJ대한통운은 사람의 형상을 갖춘 ‘AI 휴머노이드 로봇’ 도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회사는 로봇 전문기업 로보티즈와 협약을 맺고 기술 공동개발에 착수했다. CJ대한통운이 개발한 AI 소프트웨어가 적용된 이 로봇은 시각언어행동(VLA) 기술로 실시간 상황 대응이 가능하다. 지난해 경기 군포 풀필먼트센터에서 현장 실증도 마쳤다. CJ대한통운은 올해 안으로 AI 휴머노이드 로봇을 현장에 정식 투입할 예정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이족 보행 AI 휴머노이드 로봇 실증 연구에 착수한 상태다. 회사는 로봇 전문기업 로브로스와 광운대·경희대·서강대 등과 함께 산업통상부 산하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이 주관하는 ‘휴머노이드 로봇 실증 지원 사업’ 국책 과제에 선정됐다.
관련 실증에는 로브로스가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한 ‘이그리스-C’(IGRIS-C)가 투입된다. 이 로봇은 두 다리로 보행이 가능해 좁고 복잡한 물류 환경에서도 자유롭게 이동 가능하다. 사람의 손과 유사한 로봇 핸드를 탑재해 포장 같은 정밀 작업도 가능하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이런 기술적 검증을 바탕으로 로봇에 물류 운영 데이터를 학습시킨 뒤 내부 시스템과 연동해 진천 풀필먼트센터에 투입할 예정이다.
산업 현장 넘어 소비자 앞으로 성큼
물류 현장에서 시작된 피지컬 AI 바람은 최근 서비스 산업의 최전선이라고 할 수 있는 호텔, 편의점 등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이제 단순한 노동을 넘어 고객 서비스를 설계하는 단계까지 로봇 기술이 접목되는 것이다.
국내 호텔 운영사 중에서는 롯데의 행보가 가장 눈에 띈다. 롯데호텔은 호텔 업계 최초로 정부가 주도하는 휴머노이드 기술 개발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위로보틱스 ‘알렉스’ 하드웨어를 활용하며, 피지컬 AI 등을 개발하는 리얼월드와 협력한다. 단순한 로봇 수요처가 아닌 ‘휴머노이드 기반 호텔 서비스 설계자’로서의 역할을 자처하고 나선 것이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로봇을 단순히 구매해 사용하는 것을 넘어 실제 호텔리어처럼 자연스럽게 움직이고 서비스할 수 있도록 시나리오와 표준운영절차(SOP)를 체계적으로 정립하고 데이터화할 계획”이라며 “개발된 기술이 호텔 현장의 생산성과 운영 효율을 실제로 얼마나 개선하는지 투자수익률(ROI) 관점에서 철저히 검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롯데호텔은 구체적인 도입 로드맵도 갖고 있다. 당장 올해부터 단계적인 내부 기술 검증(PoC)을 시작해 오는 2030년 이내로 현장에 실제 로봇을 투입하는 것이 목표다. 초기에는 고객 대면 리스크가 낮지만, 노동 강도가 높은 후방 지원 업무를 중심으로 하고 기술 최적화를 통해 단계적으로 적용 범위를 넓혀갈 계획이다.
편의점 세븐일레븐 운영사 코리아세븐은 롯데이노베이트와 손잡고 AI 휴머노이드 로봇이 운영하는 차세대 편의점 ‘AX Lab 3.0’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는 단순한 무인 점포를 넘어 스스로 작동하는 점포로 진화한 실험적 공간이다. 이 공간에서는 AI 로봇이 점장 역할을 맡아 고객 응대를 한다. 여기에 고객과의 소통부터 상품 진열 상태 점검 및 매장 청결도 점검까지 자체적으로 수행하게 된다.
최근 피지컬 AI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기존에 로봇을 도입했던 기업들도 더욱 공격적인 시도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이랜드이츠다. 이 기업은 지난 2021년 애슐리 매장에 버싱 로봇(자율주행 서빙 로봇)을 도입해 전국 매장으로 확대 도입한 바 있다. 올해는 애슐리 마곡점에 자동 청소 로봇을 도입해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랜드이츠는 관련 로봇을 전국 매장에 확대 도입할 예정이다.
기업들의 이런 움직임과 그 배경에는 로봇과 AI 관련 시장에 대한 긍정적인 시장 성장 전망이 자리한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이 2027년 54억달러(약 7조8300억원) 규모에서 2035년에는 378억달러(약 54조7700억원)까지 급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물류 산업에서는 풀필먼트처럼 로봇에 대한 세팅이 먼저 되는 곳이 향후 시장을 선점하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 로봇 등으로 인한 자동화 바람은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로봇의 등장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와 그로 인한 반감 등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여기에 정부의 관련 정책이 얼마나 뒷받침될 것인지도 기업 입장에서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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