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최근 은행권이 고객 유치를 위해 이색 적금 상품을 쏟아내고 있다. 단순한 금리 경쟁을 넘어서 사회적 가치, 재미를 결합한 ‘참여형 금융’으로 새로운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는 평가다.

최근 신한은행이 선보인 ‘오락실 적금’은 고객이 참여하는 게임 성적 합산 순위가 상위권(예: 상위 3%)에 들 경우 기본금리 포함 최고 연 20% 상품이다. 8주 만기 자유적립식 상품이지만, 같은 그림 맞추기, 떨어지는 5만원 잡기 등 간단하고 직관적인 미션을 수행하면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어 출시 당시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IBK기업은행 역시 ‘IBK랜덤게임적금’을 내놨다. 가위바위보, 주사위 홀짝 등 간단한 게임에서 이긴 횟수에 따라 우대금리를 차등 지급한다. 금리 한도는 최대 연 15.0%에 이른다. 고객이 저축하는 과정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성취감을 느끼도록 설계해 게임에 익숙한 젊은 세대에게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복잡한 계산이나 조건 없이 오직 재미와 도전만으로 고금리를 제공해 저축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건강, 가치소비 미션으로 ‘재테크+자기계발’

자기계발이나 사회적 가치를 결합한 적금 상품도 있다. 신한은행의 러닝 챌린지 적금 ‘한 달부터 적금 20+ 뛰어요’는 걷기나 러닝 등 건강 관리 미션을 수행하고 완주하는 고객에게 우대 금리를 제공하는 상품이다. 최대 연 6.6%의 금리를 제공한다. 운동을 좋아하는 러닝족에게는 재테크와 건강 관리를 동시에 만족시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SC제일은행의 ‘에너지 절약 두드림 적금’은 사회적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소비자에게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건물 전기 사용량을 절감할 경우 최대 연 8.8%에 달하는 우대 금리를 약속한다. 이는 소비를 줄이거나 생활 습관을 개선하는 ‘착한 미션’을 통해 금융 혜택을 얻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최근 은행권에서 높은 금리를 약속하는 예적금 상품을 내놓고 있지만, 대부분 3% 수준이고, 평균 금리는 2%대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이색 예적금 상품들의 금리가 얼마나 높은 수준인지 짐작할 수 있다. 대부분 만기 상환 기간이 짧고, 여러 조건을 충족해야 최대 금리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은 단점으로 꼽히지만, 단기간 안전하게 목돈을 맡기고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은 매력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런 이색 적금들은 고객에게 단순히 높은 금리라는 금전적 이익을 넘어, 재미있는 경험과 부가적인 가치를 제공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은행들은 고객이 직접 참여하고 성취를 느끼는 과정을 통해 저축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고, 결과적으로 젊은 세대의 자연스러운 저축 습관 형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금리 인하 여부와 관계없이 금융권의 경쟁 초점이 상품의 매력도와 고객 경험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이런 ‘경험형 금융’ 트렌드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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