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미니보험만으론 부족”…‘보장성보험’ 도전장, 적자탈출 발판 될까
- [‘아픈 손가락’ 디지털보험의 반전] ②
IFRS17 도입 이후 미니보험 매력도 ‘뚝’
대면 영업·미니보험 의존, 수익성엔 한계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적자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디지털보험사들이 장기보장성보험 시장 공략으로 돌파구 모색에 나서고 있다. 기존의 비대면 채널 위주로 운영됐던 영업 방식과 소액단기보험(미니보험) 중심의 상품 포트폴리오로는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은 영유아 및 초·중학생을 겨냥한 어린이 전용 보험을 출시했다. 지난해 8월에는 연령별 보장을 세분화하고 저렴한 보험료를 앞세운 상품을 선보이며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신한EZ손해보험은 2023년 1월 운전자보험을 시작으로 장기보험에 진출했다. 같은 해 7월에는 디지털 손보사 최초로 실손보험을 출시했다. 이후 건강보험과 주택화재보험 등을 선보였다. 하나손해보험은 지난해 배성완 전 삼성화재 부사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한 데 이어, 올해 대표 직속 조직으로 ‘보상 서비스 본부’를 신설했다. 삼성화재서비스 출신 임규삼 상무를 본부장으로 영입해 대면 채널 기반 장기보험 확대 전략을 본격화했다.
디지털보험사들의 이같은 포트폴리오 다변화 움직임은 바로 수익성 때문이다. 최근 보험 부채의 시가 평가를 골자로 하는 새 회계제도(IFRS17) 도입 이후 미니보험의 수익성은 크게 떨어졌다. 반면 질병·간병보험 등 장기 보장성 보험의 수익성은 높아졌다. 보험사 규모와 상관없이 실적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장기 보장성 보험을 판매해야 하는 상황이 펼쳐졌다.
이에 미니보험 등 혁신 상품을 내놓으며 ‘틈새시장’ 공략에 성공했던 디지털보험사들이 장기 보장성보험 판매 비중에 집중하고 있다. 통상 보험사들은 장기보장성보험을 팔아 거둬들이는 보험료로 자산운용을 하는 수익구조를 갖고 있는데, 미니보험은 저렴한 보험료와 1년 미만이라는 단기보험 특성상 고객이 늘더라도 수익성이 낮다는 문제가 있다.
반면 장기보장성보험은 상해·질병 등 사람의 신체·생명에 관한 위험을 보장해 주는 상품으로, 가입 기간이 3년 이상이란 점에서 수익성이 높다. 무엇보다 IFRS17에서는 보험계약서비스마진(CSM)이라는 수익성 지표 확보가 핵심 과제다. 장기보장성보험은 CSM을 높일 수 있는 주요 상품으로 꼽힌다.
장기상품 확대·판매 채널 다각화로 눈길
영업 대부분을 비대면 채널에 의존해야 하는 점 또한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국내 보험 시장은 인터넷, 모바일 등을 이용한 비대면 가입보다 보험설계사(GA) 가입 권유를 통한 대면 영업이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손해보험사와 생명보험사들의 대면 채널 의존도는 각각 72.4%, 98.7%에 달한다. 은행의 경우 예·적금과 대출 등 서비스가 명확, 단순하고 금리도 언제든 간편하게 조회할 수 있어 소비자들이 지점을 방문할 필요가 없다. 증권 또한 주식, 펀드 등의 투자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경로가 다양해 이미 오래 전부터 홈트레이딩서비스(HTS)와 모바일을 통해 주로 거래가 이뤄진다. 하지만 보험은 상품의 종류가 많고, 보장되는 내용도 복잡해 설계사에게 직접 설명을 듣고 가입하기를 원하는 소비자가 많아 대면 채널 판매 비중이 높다.
디지털보험사를 막고 있는 규제도 한계점으로 꼽힌다. 현행 보험업법 시행령 제13조에 따르면 디지털보험사는 통신판매업자로 분류되어 전체 수입보험료의 90% 이상을 온라인 채널에서 발생시켜야 한다. 이는 다양한 판매 채널을 통해 고객 기반을 확대하려는 시도를 가로막는다. 또한 온라인 상품의 신계약비를 일반상품 대비 70%로 제한하는 규제는 여전히 오프라인 중심 패러다임에 머물고 있음을 보여준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미니보험 위주의 디지털 보험사들이 수익성 개선에 어려움을 겪자, 장기상품 확대와 판매 채널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면서도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 간의 장기보장성 시장 경쟁이 치열한 만큼 단기간에 수익을 내긴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일각에선 디지털보험사들이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하려면 금융 당국이 규제를 완화하거나, 제도적으로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자본 규제 강화 등으로 디지털보험사의 경영상 어려움이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정우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디지털보험사는 저렴한 가격과 가입 편리성을 차별성으로 내세우며 인바운드 영업에 집중할 수 밖에 없으므로 수익성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라며 “실질적인 운영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규제 완화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희정 삼일PwC 경영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국내 디지털보험산업 현황은 외형 저성장이 오랜 시간 동안 고착화되어 있어 장기 성장동력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상품 특성과 보시적인 업계 문화로 디지털 성장 속도는 더딜 뿐 아니라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 속도 또한 느리다”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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