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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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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 이천서 경영전략회의.…‘미래 투자·질적 성장’ 방안 모색

산업 일반

SK그룹이 경영전략회의서 ‘미래 투자’ 및 ‘질적 성장’ 방안 등을 논의한다.SK그룹은 오는 28~29일 경기도 이천 SKMS연구소에서 2024년 경영전략회의를 열어 미래 성장사업 투자 및 내실 경영을 통한 ‘질적 성장’ 전략 등을 집중 논의한다고 27일 밝혔다.올해 경영전략회의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최재원 SK이노베이션 수석부회장,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비롯해 ▲SK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하이닉스 등 주요 계열사 CEO 등 30여 명이 참석한다. 미국 출장 중인 최태원 회장은 화상으로 회의에 참여할 예정이다.SK 최고 경영진은 1박 2일 일정으로 열리는 이 회의에서 AI·반도체를 필두로 한 미래 성장사업 분야의 투자 재원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한 구체적 전략과 방법을 집중 논의할 계획이다.SK그룹 관계자는 “성큼 다가온 AI 시대를 맞아 향후 2~3년 간 HBM 등 AI 생태계와 관련된 그룹 보유 사업 분야에만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논의 배경을 밝혔다.SK CEO들은 이를 위해 연초부터 각 사별로 진행 중인 운영 개선 강화 및 포트폴리오 재조정 등을 통한 재원 확충 방안을 심도 있게 협의할 예정이다. 운영 개선은 기존 사업의 효율을 높이고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제반 경영활동이자 경영전략이다.CEO들은 또 배터리·바이오 등 ‘다가올 미래’의 성장 유망 사업들도 ‘운영 개선’ 등 내실 경영을 통해 ‘질적 성장’을 이루기 위한 방안들을 의논하기로 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SK 고유의 경영체계인 SKMS 실천 및 강화를 위한 토론이 집중적으로 펼쳐질 예정이다. SKMS는 최종현 선대회장이 지난 1979년 처음 정립했으며 지난 45년간 경영환경 변화에 맞춰 개정을 거듭하며 고도화되고 있는 SK 경영의 근간이다.SKMS는 1990년대 외환위기, 2000년대 글로벌 금융위기 등 어려운 경영환경을 극복하는 구심점 역할을 해왔다. 1980년 유공, 1994년 한국이동통신, 2012년 하이닉스 등 대형 인수·합병(M&A)을 가능하게 한 원동력으로도 작용했다.CEO들은 SKMS 의제를 올해 지속 과제로 삼아 오는 8월 이천포럼과 10월 CEO세미나 등에서도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SK그룹 관계자는 “이번 회의는 최태원 회장이 강조해 온 내실 경영을 통한 투자 여력 확대와 질적 성장을 위한 전략과 방법론을 도출하는 중요한 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24.06.27 10:05

2분 소요
시중은행 해외 진출 확대…다음 공략지는 동유럽

은행

국내 시장에서 성장 한계에 다다른 은행들이 해외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동남아 국가들을 중심으로 해외 시장 진출 돌파구를 찾았지만 점차 유럽과 같은 선진 금융시장으로 영역을 넓혀가는 모습이다. 특히 국내 기업들이 대거 진출한 폴란드 등 동유럽이 국내 은행들의 차기 거점 지역으로 떠오른다.우크라 전쟁 발발 후 폴란드 진출 활발 국내 은행들이 최근 들어와 폴란드 등 동유럽권 진출에 집중하고 있다. 해당 지역에서 전기차 배터리 생산량이 증가하고, 특히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이 터지면서 폴란드 정부와 우리 정부와의 교류가 활발해져 기업 진출이 늘자 은행들이 금융지원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도 국내 은행들은 손쉽게 마진을 남길 수 있는 동남아권에서 해외법인 수익의 60~70%를 벌어들이고 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장기화로 폴란드나 주변 국가의 한국 방위산업 관심이 커졌고, 자연스럽게 다양한 산업에서 한국과의 교류가 확대되며 금융서비스 수요가 커지는 것으로 은행권은 분석 한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는 ‘2023 폴란드 진출전략 보고서’에서 “유럽 시장 진출을 위한 국내 기업의 폴란드 투자 진출이 지속되고 있다”며 “최근 LG화학 배터리 공장 투자 후 전기차 관련 기업의 진출이 확대되는 추세”라고 밝혔다. 또 보고서는 2019년부터 폴란드가 유럽 전체 전기차 배터리 생산량의 40%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전기차 배터리 부품 생산기업뿐만 아니라 배터리 정밀 금형, 사출, 프레스 등을 전문으로 하는 중소기업들의 투자 진출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한국과 폴란드 간 교역 규모는 2017~2021년 사이 연평균 15% 성장률을 보였고, 2021년에는 86억 달러를 초과해 역대 최대 교역액을 달성했다. 은행권은 코로나19 상황이 끝난 뒤엔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면서 한국과 폴란드와의 방산 협력으로 교역액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본다.한 은행 관계자는 “폴란드 지역이 동유럽 전기차 배터리와 관련한 국내 업체들의 주요 해외 진출 시장으로 여겨진 것에 이어 전쟁으로 인해 방산 허브로 부상했다”며 “국내 금융사 입장에서도 새로운 시장으로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이 관계자는 “한국에서는 폴란드가 동유럽으로 여겨지지만 유럽에서는 중앙 유럽(Central Europe)로 인식한다”며 “그만큼 물류와 자본이 거쳐 가는 지역이 폴란드라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전쟁이 끝난 후 우크라이나 재건을 위한 국내 건설사들의 진출도 예상되는 만큼 국내 은행들은 지난해부터 현지 사무소를 개소하며 영업조직을 만드는 모습이다.국책은행도 동유럽 확장 집중 최근까지 가장 활발하게 폴란드 진출을 신경 쓴 은행은 IBK기업은행이다. 지난해 5월 16일 폴란드 브로츠와프 사무소를 개소했다. 이날 개소식에는 김성태 기업은행장을 포함해 임훈민 주폴란드 대사, 폴란드 재무부 차관 및 투자청장, 주요 국내기업 법인장 등이 참석했다. 이 사무소를 통해 기업은행은 유럽에서의 새로운 사업전략 거점을 구축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 지역이 폴란드 남서부 최대 공업도시로 LG에너지솔루션, 포스코 등 국내 대기업 외에도 국내 300여 개 기업이 폴란드에 진출해 있다. 기업은행은 국내 기업들의 금융지원 역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또 기업은행은 지난해 10월 이사회를 통해 폴란드 사무소를 현지 법인으로 전환하는 안건을 처리했다. 기업은행에 앞서 신한은행은 2014년 폴란드 브로츠와프에 사무소를 개설했고, 우리은행은 2017년 공업도시 카토비체에 사무소를 개설해 기업들의 금융지원을 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올해 3월 25일 폴란드 카오은행(Bank Pekao)과 코리아데스크 설치 계약을 체결했다. 페카오은행은 폴란드 현지 2위(자산기준) 은행으로 기업금융, 무역금융에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코리아데스크 설치로 동유럽 시장 진출의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며 “폴란드 진출 한국계 기업과 협력사에 현지 통화 대출 등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프랑스 등 선진 금융권도 노린다 금융권은 올해도 동유럽과 함께 프랑스 등으로 금융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 3월 21일(현지시간) 유럽시장 공략 강화를 목적으로 헝가리의 수도인 부다페스트에 사무소를 개소했다. 하나은행은 헝가리가 세계 4위의 배터리 생산기지라는 점에 주목했다. 최근까지 이차전지 분야를 중심으로 그린필드형(용지 직접 매입 사업장 신규 건설) 해외 자본이 대거 유입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나은행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은 헝가리가 유럽 7개국과 국경이 인접한 지리적 강점과 인건비 대비 높은 수준의 노동력 확보가 가능하기 때문에 이곳을 중심으로 이차전지 생산공장을 설립하는 등 선제적 투자를 확대하는 중이다. 하나은행은 부다페스트 사무소를 통해 동유럽 시장 네트워크를 넓힌다는 계획이다.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의 금융 수요에 맞춰 비즈니스 기회를 발굴하고, 향후 동유럽 지역 시장조사 및 헝가리 진출 기업과의 관계 확장을 위한 현지 교두보를 만들기로 했다. 하나은행은 유럽의 다양한 국가 금융기관과도 손을 잡고 있다. 지난 3월엔 프랑스에서 글로벌 기업투자금융(CIB) 분야 선도은행인 크레디 아그리콜 CIB(Crédit Agricole Corporate and Investment Bank)와 유럽 지역 글로벌 비즈니스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 유럽에서 글로벌 비즈니스를 확장한다고 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프랑스는 물론 유럽에 진출한 한국계 최초 은행”이라며 “1968년에는 런던 지점을 개설했고 파리 지점을 50년간 운영해 오는 등 유럽 금융시장에서 7개국 최다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24.05.29 06:00

4분 소요
하나금융, 佛 크레디 아그리콜 CIB와 맞손…“유럽 금융시장 공략”

은행

#하나금융지주은 지난 27일(현지시각) 프랑스 몽루주 소재 크레디 아그리콜 그룹 본사를 방문해, 글로벌 CIB 분야 선도 은행인 크레디 아그리콜 CIB(Crédit Agricole Corporate and Investment Bank)와 유럽 지역 글로벌 비즈니스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29일 밝혔다.이번 업무협약은 50년 전인 1974년 같은 해 프랑스와 대한민국 은행 중 최초로 서로의 국가에 진출한 두 금융기관이 맞손을 잡은 협력 사례인만큼 그 의미가 크다. 양 기관은 유럽 전 지역에서 ▲CIB(Corporate & Investment Banking) ▲자금시장(Treasury) ▲무역금융(Trade Finance) ▲ESG 금융(ESG Finance) 등 다방면에서의 협력을 강화해나갈 계획이다.이번 업무협약에는 이은형 하나금융 부회장과 자비에 무스카 크레디 아그리콜 그룹 수석부회장 겸 CIB 최고경영자(CEO), 제랄드 마스네 크레디 아그리콜 CIB 한국 대표 등 양사의 주요 인사들이 참석했다. 지난해 9월 이 부회장이 크레디 아그리콜 런던 지사를 방문해 CIB 분야의 협업 강화와 유럽 현지에서의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을 제안한 것이 계기가 됐다.이 부회장은 “대한민국과 프랑스 양국에서 오랜 신뢰를 쌓아온 두 금융기관의 만남으로 유럽 금융시장에서 하나금융의 글로벌 위상이 더욱 높아지게 됐다”며 “양 기관의 프랑스와 대한민국 진출 50년을 맞이하며 성사된 이번 협약을 통해, 앞으로 펼쳐질 새로운 50년 동안 의미 있는 성과와 시너지가 창출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또 하나금융은 이번 협약과 함께 유럽 현지 글로벌 비즈니스 확장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현재 하나은행 런던지점에 별도의 전문 인력을 파견해 운영 중인 현지 IB데스크와 글로벌자금센터의 규모를 꾸준히 확대해 나가고 있다. 지난주에 문을 연 하나은행 헝가리 부다페스트 사무소와 올해 말 개설을 추진 중인 폴란드지점까지 계속해서 유럽 지역 채널을 확대하며 유럽에서 다양한 시너지 창출 사례들을 만들어간다.하나은행은 프랑스는 물론 유럽에 진출한 한국계 최초의 은행으로, 1968년에는 런던 지점을 개설했고 1974년부터 프랑스 유일의 한국계 은행 채널인 파리 지점을 50년간 운영해오는 등 유럽 금융시장에서 7개국 최다 채널을 통해 대한민국 금융의 첨병 역할을 수행해오고 있다.글로벌 CIB 분야를 선도하는 크레디 아그리콜 CIB는 프랑스는 물론 유럽의 선도 금융그룹인 크레디 아그리콜 그룹(Crédit Agricole Group)의 투자은행이다. 크레디 아그리콜 그룹은 1974년 프랑스 은행 중에서는 최초로 대한민국 서울에 은행 지점을 설립하여 운영해오고 있다.한편, 하나금융은 전세계 26개 지역에 진출해 글로벌 비즈니스의 영역을 확장해나가고 있으며, 지난해부터는 ▲대만 CTBC Bank ▲인도 State Bank of India ▲사우디아리비아 Saudi EXIM 등 해외 각지의 권역별/지역별/분야별 1등 금융기관과 파트너십을 확대하는 중이다.

2024.03.29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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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한의 2023년”…기술·재무 관리로 위기 대응 나선 기업들

산업 일반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글로벌 경기 침체, 고금리 등의 대내외 악재가 이어지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이 조직 안정에 집중하며 위기 상황에 대응하고 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주요 기업들은 지난해 말 실시한 조직 개편과 사장단 인사 등에서 기존 체제를 유지하는 가운데, 기술‧재무 전문가들을 중용했다. 기존 사업의 내실을 다지는 가운데, 미래 사업 육성 기조를 유지하고, 재무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조직 안정 속 미래 사업‧재무 관리 ‘방점’재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주요 기업들의 조직 개편과 인사는 미래 사업 육성, 재무 관리 등으로 요약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에 정기 사장단 인사를 발표하고 총 7명을 사장으로 승진시켰는데, 이 가운데 3명이 기술 전문가다. 김우준 DX(디바이스 경험)부문 네트워크사업부장(사장), 남석우 DS(디바이스 솔루션)부문 글로벌 제조&인프라총괄 제조담당(사장), 송재혁 DS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반도체연구소장(사장) 등이 주인공이다. 한종희 DX부문장(부회장), 경계현 DS부문장(사장)의 ‘투 톱’ 체제를 유지하면서, 네트워크와 반도체 사업을 이끌 기술 전문가들을 사장에 앉힌 것이다.경영 관리 전문가로 알려진 정해린 삼성전자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 부사장이 삼성물산 리조트부문 대표이사 사장 겸 삼성웰스토리 대표이사로 승진한 것도 눈에 띄는 인사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삼성전자 본사 지원팀, 감사팀, 무선사업부, 구주총괄 등을 지낸 정 사장을 임명해 수익성 제고 등 경영 관리를 강화한다는 전략으로 읽혔다.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회장 자리에 오른 뒤 처음으로 실시된 조직 개편과 인사였음에도, 기존 체제를 유지하면서 인사 폭을 최소화해 조직 안정을 꾀하는 전략을 폈다”며 “조직 개편과 인사를 통해 그룹 전반의 경영을 관리하는 가운데, 미래 사업을 주도할 기술 전문가들을 전면 배치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SK그룹 역시 지난해 말 조직 개편과 인사에서 조직 안정에 방점을 찍었다. SK그룹 최고 의사협의기구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는 조대식 의장이 연임했고, 오너 일가인 최재원 SK 수석부회장,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 등을 포함한 8인의 부회장 체제도 유지됐다. 기존 체제가 이어지는 가운데, 재무 전문가들이 사장으로 승진했다. SK 사장으로 승진한 이성형 SK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비롯해 SK이노베이션 포트폴리오부문장에서 SK아이테크놀로지 신임 사장에 오른 김철중 사장 역시 금융, 재무 등의 주요 부서에서 근무한 재무 전문가다.현대차그룹의 지난해 인사에서 눈에 띄는 점은 현대차 프로세스혁신사업부의 이규복 전무다. 부사장으로 승진해 현대글로비스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미주 지역 생산법인 CFO 등을 지낸 재무 전문가가 현대글로비스 대표로 자리를 옮긴 것이다. 여기에 미래 모빌리티 등 미래 사업 확대를 위해 GSO(글로벌 전략 오피스)를 신설한 것도 주목받았다. 현대차그룹 미래 모빌리티 분야 컨트롤타워인 GSO는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모빌리티 서비스 관점에서 미래 전략 방향을 수립하고 대내외 협업, 사업화 검증 등을 수행한다. 현대차그룹도 삼성전자, SK그룹과 마찬가지로 조직 안정과 함께 미래 사업을 확대하고 재무 관리를 강화하는 조직 개편과 인사를 단행한 것이다.LG그룹의 조직 개편과 인사도 크게 다르지 않다. 눈에 띄는 인사는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이 용퇴하고 이정애 LG생활건강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했다는 점이다. 이를 제외하면 차동석 LG화학 CFO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하는 등 미래 사업과 재무 관리에 집중한 인사라는 평가다.재계 관계자는 “과거 국내 주요 기업 인사는 성과 중심의 신상필벌, 안정 속 혁신 등 기업마다 특색이 있는데, 지난해 말에 단행된 인사는 같은 기업 인사로 보일 만큼, 미래 사업 확대, 재무 관리 등에 방점이 찍혔다”며 “올해 어려운 경영 상황을 고려해, 미래 사업을 육성하면서도 철저하게 재무를 관리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분석했다.“위기를 기회로”국내 주요 기업들의 조직 개편과 인사를 통해 짐작할 수 있듯, 올해 우리 기업들을 둘러싼 대내외 악재는 산적해 있다. 코로나19 사태 위기를 극복하자마자 또다시 혹독한 경영 환경에 내몰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도 국내 주요 기업의 경영인들은 “올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올해 처음으로 남양연구소에서 타운홀 미팅 방식의 신년회를 가진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대표적이다. 정 회장은 신년사에서 “다가오는 위기를 두려워하며 변화를 뒤쫓기보다 한발 앞서 미래를 이끌며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며 “2023년을 ‘도전을 통한 신뢰와 변화를 통한 도약’의 한 해로 삼아,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보다 나은 미래를 향해 함께 나아가려 한다”고 강조했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도 신년사를 통해 “올해 경영 환경은 결코 녹록치 않지만, 위기라는 말속에는 기회의 씨앗이 숨겨져 있다”고 했다.

2023.01.1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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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배터리’ 수장들의 연이은 미국 출장…“연평균 성장률 58% 시장 잡아라”

산업 일반

국내 배터리 대기업의 수장들이 연이어 미국 출장길에 오른다. 미국 전기차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에 최고경영자(CEO)들이 직접 현장을 둘러보고 챙기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북미 전기차(EV+PHEV 기준) 배터리 시장은 2021년 46GWh에서 2023년 143GWh, 2025년 286GWh로 성장할 전망이다. 연평균 성장률만 58%다. 북미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두 자릿수 성장세 전망은 미국 행정부의 강력한 친환경 정책 추진 덕분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2030년 미국 내 신차의 50%를 친환경 차량으로 대체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대규모 보조금 지급 법안 통과를 추진하고 있다. 배터리 충전 인프라 확충을 위해서도 5년간 50억 달러의 자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에 맞춰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미국 완성차 업체들과 대규모 합작공장을 통해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최근 배터리 업체 수장들의 미국 출장은 가동 중인 공장과 설립 예정인 배터리 공장을 둘러보는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 지분 투자한 美 수소기업 찾은 최재원 SK 부회장 배터리 3사 가운데 SK그룹 수석부회장이자 SK온 각자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최재원 부회장은 이미 지난달 미국 출장 일정을 소화했다. 최 부회장은 지난달 초 미국 네브래스카주에 있는 친환경 수소 기업 ‘모놀리스’ 본사를 방문했다. 모놀리스는 SK그룹 지주사 SK㈜가 2021년 6월 지분투자한 미국 수소기업이다. 세계 최초로 청록수소 대량생산에 성공했고 고체탄소를 생산하는 원천기술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미국 에너지부로부터 10억400만 달러(약 1조2000억원) 규모의 청정에너지 사업대출 승인을 받을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최 부회장의 모놀리스 방문을 국내 합작법인 설립 등을 논의하기 위한 목적이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SK와 모놀리스는 2021년 10월 국내에서 청록수소와 고체탄소 개발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최 부회장은 모놀리스의 고체 탄소 기술을 SK온 배터리에 접목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SK㈜는 고체탄소를 활용한 고부가가치 탄소 소재 제품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한국화학연구원과 함께 친환경 고체탄소를 2차전지 음극재로 활용하기 위한 연구에도 착수한 상황이다. ━ 권영수 LG엔솔 부회장, 취임 후 첫 출장…최윤호 삼성SDI 사장도 방미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은 오는 15일쯤 미국 출장길에 오른다. 지난해 11월에 취임한 후 첫 공식 출장이다. 권 부회장은 출장 기간에 제너럴모터스(GM) 합작 공장을 포함한 북미 사업 계획 전반을 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미시건주 단독공장(25GWh), GM과 합작법인 얼티엄셀즈의 1~3공장(120GWh+α)을 설립했거나 짓고 있다. 지난 3월에는 미국 애리조나주에 1조7000억원을 투자해 원통형 배터리 생산공장 건설을 발표했다. 이어 지난달 19일(현지시간) 애리조나주 퀸크릭 소재 650에이커(약 263만㎡) 규모 공장부지를 8444만4000달러(약 1050억원)에 낙찰받았다. 애리조나 신규 공장은 올 2분기(4~6월) 착공해 2024년 하반기 양산 목표다. 권 부회장은 미국 현지의 배터리 공장 시찰과 함께 핵심 고객사인 GM(제너럴모터스)의 메리 바라 회장과 회동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윤호 삼성SDI 사장도 조만간 미국 출장길에 오를 예정이다. 삼성SDI는 미국 완성차업체 스텔란티스와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삼성SDI는 “스텔란티스와의 합작법인은 거점 선정 등 세부사항에 대해 양사 협의가 마무리되고 있으며, 조만간 계약 절차를 끝맺을 것”이라면서 “다른 완성차 업체와도 합작법인을 포함한 다양한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서는 최 사장이 북미 출장길에 오른다면 스텔란티스와의 계약 절차를 최종적으로 마무리짓기 위한 행보로 보고 있다. 허인회 기자 heo.inhoe@joongang.co.kr

2022.05.12 17:00

3분 소요
2차전지 승리투수 꿈꾸는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이철현의 친환경 10대장⑤]

전문가 칼럼

주주 자본주의에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 자본주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주주 가치보다 고객, 임직원, 협력사, 국가 경제 등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중시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주목을 받는다. 특히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 측면에서 사회적 책임을 중시하는 ESG가 기업경영의 핵심가치로 뿌리를 내리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기후변화에 따른 환경재앙이 빈번해지면서 경영자들은 친환경 산업 위주로 사업 모델을 일신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3세 경영자가 최고경영자로 나서거나 친환경 산업 분야 전문성을 갖춘 전문경영진이 연구개발(R&D)과 인수합병(M&A) 등을 총괄하면서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주식회사 대한민국을 친환경 산업구조로 바꾸고 있는 경영자 10명의 비전과 성장전략을 분석한다. 〈편집자〉 2016년 4월 19일 미국 메이저리그 미네소타 트윈스 홈경기. 한국인 2명이 주목받았다. 박병호 선수가 미네소타 트윈스 소속으로 오른쪽 관중석 상단을 때리는 시즌 3호 홈런을 쳤고, 그보다 앞서 한국인 기업가가 박병호 선수를 상대로 시구했다.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 그는 당시 3M 수석부회장으로 자격으로 자리했다. 신 부회장은 미네소타에 본사를 둔 100년 기업 3M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본사 수석부회장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었다. 그로부터 3년이 채 지나지 않은 2019년 1월 1일 신학철 부회장은 LG화학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이번에는 시구자가 아니라 중간계투였다. 선발투수는 권영수 LG 부회장이었다. 권 회장은 2012년초 전지사업본부장에 취임해 2차전지 사업의 토대를 만들었다. 사실 권 부회장은 선발투수라기보다 오프너에 가깝다. 오프너는 팀파베이 레이스가 2018년 시즌에 도입한 독특한 투수 운영방식이다. 오프너가 등판해 첫 1~2회를 던지고 들어가면 중간 계투가 등판해 3~6이닝을 책임진다. 권 부회장을 오프너로 기용한 이는 고 구본무 LG 회장이었다. ━ 만년 적자 2차전지 안은 첫 외부 인사 구본무 회장은 권영수 부회장을 불러 만년 적자투성이 2차전지 부문을 맡겼다. 권 부회장은 4년간 연구개발과 공장증설을 이끌며 그룹의 미래를 만들어갔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LG유플러스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기며 2차사업과 멀어지는 듯했으나 지난해 3월 이사회의장으로 LG화학에 복귀했다. 권 부회장은 지주회사 LG의 공동 대표이사로서 그룹 경영에 관여하면서도 LG화학에 각별한 관심을 쏟고 있다. 그룹 차원에서 LG화학 지원 방안을 구상하고 계열사 간 협조를 조율한다는 측면에서 단장 역에 가깝고 기업 단위의 의사결정에 직접 개입하는 걸 보면 감독 같다. 신학철 부회장을 영입한 이도 권 부회장이다. 당시 대표이사였던 박진수 전 부회장은 전격 경질했다. 박 전 부회장이 과실없이 회사를 이끌던 것을 감안하면 의외의 인사라는 평가가 흘러 나왔다. 신 부회장은 영입과 동시에 대표이사에 올랐다. LG화학이 1947년 설립한 이래 외부 인사를 최고경영자로 영입하기는 처음이었다.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권 부회장의 의지가 강했다고 전한다. “좋게 말해 인화의 LG라고 하지만 술에 물탄 듯 물에 술탄 듯 무사안일했던 게 LG의 문화다. 권 부회장은 외부 인사를 영입해 이를 바꾸고자 했고 신학철 부회장을 적임자로 평가했다. 신 부회장은 평사원으로 한국법인에 입사해 미국 본사 수석부회장 자리에 오르며 3M의 혁신을 주도했다고 평가 받고 있었다.” 권 부회장과 긴밀히 상의하지만 마운드에서 경쟁업체들의 강타선을 상대하며 게임을 이끄는 이는 신학철 부회장이다. 3년차 대표이사 신 부회장이 풀어야할 과제는 만만치 않다. 2차전지 시장이 커지면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발 한번 잘못 내딛으면 경쟁 대열에서 낙오될 정도로 업체 간 쟁투가 가파르다. CATL은 중국 정부로부터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세계 1위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일본 파나소닉은 전기차 업체 테슬라와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며 시장점유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몇년간 생산능력을 공격적으로 늘리며 수주량 기준으로 LG에너지솔루션에 이어 세계 2위에 올라섰다. 삼성SDI는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업체 삼성전자의 직간접 지원에 힘입어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갖추고 있다. ━ 경쟁 치열한 2차전지 시장서 1위 지위 LG화학은 아슬아슬하게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기술력이나 사용량 면에서 경쟁업체들에 앞선다고 평가받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가 세계 79국가에 등록된 전기 승용차의 배터리 사용량을 조사해 7월19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점유율 28.7%를 차지해 1위에 올랐다. 1년 전과 비교하면 270% 성장했다. CATL이 시장점유율 24.5%로 바짝 따라오고 있다. 1~2위 업체 간 순위 다툼은 치열하다. 달마다 순위가 바뀔 정도로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업체들은 설비증설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가용자원을 최대한 끌어들이고 있다. 시장점유율을 늘리며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생산시설을 지속적으로 늘려야 한다. 전기차용 배터리 수요가 가파르게 늘고 있어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형편이다. 미국과 유럽은 배터리 산업을 전략산업으로 지정하고 자기 영내에 생산설비를 갖춘 기업을 우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지 생산거점을 마련하는 건 필수다. 세계 경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휘청이는 와중에도 LG화학은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30조원을 넘겼고 영업이익은 1조8000억원에 육박했다. 석유화학 시황이 워낙 좋기도 했지만 전기차 배터리 출하량도 늘어난 게 톡톡히 기여했다. 전지 사업부문은 유럽과 미국 고객사의 신차 판매량이 늘면서 매출 12조3600억원을 넘겼다. 전년도와 비교해 50% 가까이 성장했다. 전기차와 전력저장장치(ESS) 화재 탓에 충당금을 설정하는 바람에 영업손실을 기록한 게 흠이다. 올해는 무난하게 흑자를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LG화학은 지난해 12월 전지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LG에너지솔루션을 설립했다. 올해 안에 별도 상장한다는 방침이다. 천문학적으로 늘고 있는 설비증설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다. CATL 시가총액이 200조원을 웃돌고 있어 LG에너지솔루션은 상장과 동시에 시총 50억~100억 원에 이르는 업체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LG화학은 LG에너지솔루션에 양극재 소재를 공급하는 회사로 역할을 바꾼다. 양극재는 전기차 배터리 생산원가의 40%를 차지하는 핵심 소재다. 당연히 양극재를 외부에서 공급받기보다 내재화하는 게 유리하다. 양극재 뿐만 아니라 분리막, 음극 바인더, 방열 접착제, 탄소나노튜브(CNT)까지 생산할 방침이다. LG화학을 종합전지소재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속내다. ━ 전지사업부문 물적분할하고 양극재 강화 신학철 부회장은 이를 위해 7월14일 10조원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2025년까지 친환경 사업에 3조원, 양극재 등 전지 소재 6조원, 신약 개발에는 1조원을 투입한다. 투자 비중이 가장 큰 부문은 역시 양극재다. 국내에서는 양극재 공장을 늘리고 해외에서는 전기 소재 생산거점을 확보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지난 7월13일 비철금속 업체 고려아연과 양극재 전구체를 생산하는 합작사를 설립하기도 합의했다. 일본 도레이와는 분리막 합작사를 설립하기로 했다. 분리막은 양극재, 음극재, 전해액과 함께 2차전지 핵심소재다. 양극활물질과 음극활물질의 접촉을 막아 배터리 화재를 막고 이온이 오가는 통로 기능을 수행한다. 분리막이 손상되거나 품질이 떨어지면 배터리에서 불이 난다. LG화학이 현대차에 납품한 코나 자동차 배터리에서 화재가 난 것도 분리막이 부실한 탓으로 알려졌다. 반면 SK이노베이션 배터리는 화재 사고가 거의 없다. 계열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가 생산하는 분리막의 품질 덕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도레이, 아시히카세이와 함께 세계 분리막 시장을 과점하고 있다. LG화학 입장에서는 배터리 사업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분리막 기술이 필요하다. 또 양극재 재료인 니켈, 망간, 코발트 같은 비철 금속을 안정적으로 얻기 위해 광산업체와 합작사를 설립하는 것을 포함해 인수합병(M&A), 합작사 설립 등 30여건 프로젝트를 검토하고 있다. 2차전지 부문 시장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업체마다 생산설비를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테슬라, 폴크스바겐 같은 일부 완성차 업체들은 배터리 내재화를 선언했다. GM과 포드는 배터리 업체와 손잡고 합작사를 설립하거나 전략적 제휴 관계를 맺으며 배터리 수급의 안정화를 꾀하고 있다. 신학철 부회장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는 배터리 게임을 마무리하며 승리투수가 될 지 아니면 마무리 투수에게 공을 넘길지는 두고 보아야할 듯하다. 아직까지는 본인이 경기를 마무리할 의지를 밝히고 있다. 게임 플랜도 명확하다. LG에너지솔루션을 세계 1위 자리에 안착시키고 LG화학은 전지소재 1위 업체로 키우는 것이다. ※ 필자는 ESG 전문 칼럼니스트다. 시사저널과 조선비즈에서 20여 년간 경제·산업 분야 기자로 일하면서 대기업 집단의 경영지배구조에 대한 기사를 많이 썼다. 글로벌 환경단체 그린피스에서 커뮤니케이션 디렉터와 친환경자동차로의 전환 프로젝트 매니저로 일했다. 이철현 sisaj@naver.com

2021.07.25 15:55

6분 소요
[구광모 취임 3년, LG가 변했다③] '안정 속 파격' 인사철학 통했다

산업 일반

지난 2018년 6월 4대 그룹 총수 중 최연소로 LG그룹 회장에 오른 구광모 회장. 구광모 회장 취임 직후 그에 대한 기대와 우려의 시선이 공존했다. 4대 그룹 최연소인 만큼, 상대적으로 젊은 감각으로 그룹의 변화와 성장을 이끌 것이란 긍정 평가와 LG그룹 전반의 사업과 인사를 진두지휘하기엔 너무 어리다는 부정 평가가 뒤섞였다. 구 회장이 취임한 지 3년째인 2021년 6월, 그는 LG그룹 내 주요 계열사들의 사상 최대 실적을 이끌어 그룹 시가총액을 50조원 넘게 불렸다. LG그룹을 이끌기엔 역부족일 것이란 우려를 넘어 10대 그룹 내에서도 주목받는 총수로 자리매김했다. 구 회장이 LG그룹의 성장을 주도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 ‘순혈주의' 깨고 외부 인재 영입 적극 나서 재계 등에선 구 회장의 성공 요인으로 선택과 집중의 경영 전략과 함께 외부 인재 등으로 대표되는 인사 정책을 꼽는다. LG그룹 내 핵심 인력들을 유지하는 가운데 미래 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과감한 인재 영입으로 이른바 ‘안정 속 파격’의 인사 정책을 폈다는 평가다. 구 회장의 외부 인재 등용은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 선임 이후 본격화됐다. LG화학은 지난 2018년 11월 3M의 수석부회장인 신 부회장을 LG화학 부회장에 내정했다. 1947년 LG화학 창립 이후 처음으로 외부 인사를 대표이사로 선임한 것이다. 구 회장이 취임한 지 반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외부 인사를 그룹 주요 계열사 한 곳의 수장으로 영입한 셈이기도 하다. 신 부회장은 1984년 3M 한국지사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필리핀지사장, 3M 미국 본사 비즈니스 그룹 부사장을 거쳐 한국인 최초로 3M의 해외 사업을 이끄는 수석부회장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당시 LG화학은 주력 사업인 석유화학 사업을 안정적으로 영위하는 가운데, 친환경 소재‧부품 사업 등 미래 사업을 확대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었다. 이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적임자로 신학철 부회장을 선택한 것이다. 당시 LG화학은 신 부회장 선임과 관련해 “급변하는 사업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면서 조직문화와 체질의 변화, 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적임자로 판단돼 영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다. 신 부회장 취임 이후 LG화학은 전기자동차 배터리 등 미래 사업 중심의 재편을 통해 사상 최대 규모의 실적을 달성했다. LG화학은 지난 2019년 12월 전기자동차 배터리 사업을 분할해 LG에너지솔루션을 설립했다. 지난해 10월 임시 주주총회를 거쳐 같은 해 12월 공식 출범한 LG에너지솔루션은 연내 상장을 추진 중이다. 여기에 올해 4월에는 SK이노베이션과의 배터리 분쟁에 극적으로 합의했으며, 국내 최대 규모이자 단일 라인으로 세계 최대 규모의 탄소나노튜브(CNT) 공장의 상업 가동에 돌입했다. CNT는 구리·다이아몬드와 전기·열 전도율이 동일하면서도 철강의 100배 수준의 강도를 갖춘 신소재다. 배터리 사업 분할, 배터리 분쟁 합의 등 굵직한 현안을 정리한 LG화학은 올해 1분기 창사 이래 처음으로 분기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했다. LG화학의 올해 1분기 연결기준은 영업이익은 1조4081억원으로 집계됐다. 1분기 당기순이익은 1조3710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무려 37배 이상 급증했다. LG그룹의 외부 영입 임원 숫자는 매년 증가 추세다. 2016년 11명, 2017년 12명, 2018명 13명 수준이던 외부 영입 임원 숫자는 구 회장 취임 이후인 2019년 16명으로 늘었으며, 지난해엔 23명으로 확대됐다. 순혈주의가 강하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외부 인재 영입에 소극적이었던 과거와 달리, 적극적으로 외부 인재를 끌어 모으고 있는 것이다. ━ 디지털‧AI 등 미래 사업에 ‘젊은 피’ 전면 배치 특히 구 회장 취임 이후 45세 이하의 젊은 임원의 수가 증가하는 등 젊은 조직의 색깔을 보이고 있다. LG그룹은 지난해 말 단행된 올해 정기 임원 인사에서 45세 이하 24명을 신규 임원으로 선임했는데, 이는 2019년과 2020년과 비교하면 3명 늘어난 규모다. 올해 임원 인사 규모는 181명으로 평균나이는 48세다. 최연소는 LG생활건강 중국디지털사업부문장에 선임된 1983년생 여성인 지혜경 상무다. 지난해 말에 출범한 인공지능(AI) 싱크탱크인 ‘LG AI연구원(LG AI Research)’ 초대 연구원장에도 1976년생의 배경훈 상무가 선임됐다. 이 연구원에서 AI 사이언티스트 직책을 맡은 인물 역시 1977년생이자 외부 인재인 이홍락 미국 미시건대학교 교수다. 그는 구글의 AI 연구조직인 ‘구글 브레인’에서 리서치 사이언티스트를 지낸 AI 분야의 석학으로 알려져 있다. 재계에선 구 회장의 인사 기조를 두고 “선대 회장들이 이어온 전통을 깨지 않는 가운데 조심스러운 접근으로 자신만의 색깔을 냈다”는 평가다. 재계 관계자는 “구광모 회장이 취임 이후 단행한 인사는 선대 회장 시절의 주요 인사를 중임해 조직의 안정을 꾀하면서도, 젊은 인재 전면 배치, 외부 인재 영입 등을 통해 본인만의 색깔을 녹여냈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들이 젊어진 상황이라 구 회장이 재계 총수로 연착륙하기가 더 수월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창훈 기자 lee.changhun@joongang.co.kr

2021.06.18 09:30

4분 소요
하나금투, 미래에셋 이어 두 번째로 마이데이터 진출하나

증권 일반

증권사들의 마이데이터 서비스 선점 경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특히 시장 선발 주자인 미래에셋증권과 이달 중 사업 본허가를 앞둔 하나금융투자의 행보가 주목된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투자는 지난 5월 28일 금융위원회에 본인신용정보관리업(마이데이터) 본허가를 신청했다. 이달 중 본허가를 받으면, 증권사 중에선 미래에셋증권에 이어 두 번째 마이데이터 사업자가 된다. 마이데이터는 여러 금융사에 흩어진 개인 신용정보를 한곳에 모아서 관리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다. 금융당국으로부터 별도의 인허가를 받으면 금융상품 및 투자자문, 대출 중개 등 다양한 업무를 겸업할 수 있다. 대다수 증권사는 자산관리(WM) 사업의 경쟁력 강화 수단으로 마이데이터 사업 진출을 준비 중이다. 이날 기준 공식적으로 마이데이터 사업을 할 수 있는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이 유일하다. 지난 1월 금융위로부터 본허가를 받았다. 선발 주자인 만큼 시장 선점 효과가 기대된다. 이르면 오는 8월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사전준비도 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최근 우리은행, 우리카드, 교보생명, 한화손해보험, NICE평가정보사와 함께 국내 초대형 민간 ‘금융 데이터 댐’을 구축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수석부회장은 “업권 대표 기업과의 제휴를 확대하고 데이터 비즈니스의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증권업계 유일의 마이데이터 사업자로서 빅데이터에 기반을 둔 디지털 전환 가속화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하나금융투자도 마이데이터 사업 진출에 앞서 빅데이터 분석 기반 서비스들을 제공 중이다. 지난해 4월 출시한 과거 거래 패턴에 기반을 둔 개인 맞춤형 종목 추천 서비스 ‘빅데이터픽’이 대표적이다. 하나금융투자 관계자는 “고객의 과거 거래 패턴을 분석하여 고객을 세분화하고, 세분화된 고객별로 맞춤형 종목정보를 추천해주는 서비스”라며 “지난해 4월 출시 이후 이용자 수가 7만 명을 돌파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6월부터는 신용대출 거래 데이터를 활용한 종목 추천 서비스 ‘원픽’을 제공해왔다. 하나금융투자 관계자는 “신용으로 매수한 종목을 실시간으로 분석, 고객들이 주식투자에 활용할 수 있는 정보로 제공한다”며 “투자자들이 궁금해하는 신용 인기 매수 종목을 보여주고, 추천 종목들의 성과도 함께 제시해 데이터 분석 기반 서비스의 신뢰도를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마이데이터 사업 진출 계획에 대해 “마이데이터 사업자 인가를 취득하기 전까진 마이데이터 관련 서비스 개발에 주력할 것”이라며 “투자정보 제공, 종목진단 등 전문금융 서비스를 공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민혜 기자 kang.minhye1@joongang.co.kr

2021.06.11 17:35

2분 소요
정의선 회장 , 오토카 최고 영예 '이시고니스 트로피' 수상

자동차

영국의 권위있는 자동차 전문지 ‘오토카’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을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서 가장 괄목한 성과를 낸 인물로 평가했다.8일(현지시간) 업계에 따르면 정 회장은 ‘2021 오토카 어워즈(2021 Autocar Awards)’에서 개인 최고 영예 상인 ‘이시고니스 트로피(Issigonis Trophy)’를 수상했다.오토카는 1895년 발간된 세계 최초의 자동차 전문지다. 영미권은 물론, 온라인과 국제판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권위있는 자동차 매체로 꼽힌다. 오토카는 매년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서 괄목할 성과를 거둔 인물과 제품을 선정해 시상하는데, 올해 이시고니스 트로피 수상자로 정 회장을 선정했다.역대 이시고니스 트로피를 수상한 인물은 수상 당시 직위를 기준으로 2014년 론 데니스(Ron Dennis) 맥라렌 회장을 비롯, 2018년 도요타의 도요다 아키오 사장, 2019년 디터 제체(Dieter Zetsche) 다임러 회장, 2020년 하칸 사무엘손(Hakan Samuelsson) 볼보 CEO 등이 있다.오토카는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자동차 업계 ‘퍼스트 무버’에 도약했다는 점을 분명히 하며, 이런 성과에 정 회장의 리더십이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오토카는 “지난 10년 현대차그룹은 현재 세계 굴지의 자동차 그룹으로 성장했으며, 정 회장이 이러한 변혁의 원동력이었다”며 “10년 전만 해도 현대차·기아는 흥미로운 브랜드가 아니었지만 정 회장의 리더십으로 주요 선두 업체들과 대등하게 경쟁하며 놀라운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밝혔다.실제 정 회장은 국내에서도 뛰어난 경영 성과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아 사장 당시 성공적으로 ‘디자인 경영’을 추진했고, 현대차 부회장 재임 기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에 맞서 성장을 이끌었으며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를 출범, 안착시켰다.현대차그룹의 괄목할 변화는 그가 2018년 ‘수석부회장’에 오른 뒤부터 본격화했다. 급격한 생태 변화로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일대 혼돈에 빠진 가운데, 정 회장은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 대한 혜안을 가지고 현대차그룹이 나아갈 길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의 선제적이고 과감한 투자‧제휴, 적극적인 인재 영입 등에서 두각을 나타냈다.오토카는 “현대차그룹은 N 브랜드와 제네시스 브랜드 등을 앞세워 시장을 확대하고 있으며,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분야에서는 업계 선두주자로 발돋움했다”면서 “더 이상 경쟁사들을 따라잡으려 하지 않고, 오히려 다른 자동차 기업들이 현대차그룹을 추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

2021.06.09 11:24

2분 소요
[재계 ‘아메리칸 드림’③] 현대차, ‘전기차 美 생산’ 카드 꺼냈다

자동차

‘자동차 제조사’에서 ‘모빌리티 플랫폼 프로바이더’로 변화를 선언한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기업으로 확장하려는 ‘아메리칸 드림’을 구상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향후 5년간 74억 달러(한화 약 8조4000억원)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최근 밝혔다. 이는 최근 활발했던 현대차그룹의 미국 투자 기조를 감안할 때 놀랄 만한 수준은 아니다.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회장이 전권을 잡은 뒤 미국 시장에 대규모 투자를 수차례 단행해왔다. 다만 뜨거운 감자인 ‘전기차 생산’이 포함돼 이목이 집중된다. ━ 자율주행‧UAM‧로보틱스 연구개발, 미국으로 향한 이유 일각에선 현대차그룹의 이번 투자 계획에 대해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내놓은 ‘선물’이라고 보지만 자동차업계에선 이미 예정했던 투자 계획을 정리해 발표한 것이라고 해석한다. 급변하는 글로벌 모빌리티 생태계의 중심에 있는 미국에 미래를 위한 투자가 집중될 수밖에 없다는 게 자동차업계의 시각이다.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시대’의 개막과 동시에 아메리칸 드림을 키워왔다. 미국에서의 대단위 투자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는 전략이다. 정 회장은 수석부회장 시절이던 2019년 20억 달러를 출자해 미국 자율주행 업체 앱티브와 조인트벤처(JV) 설립을 추진했다. 모셔널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JV는 현대차그룹 자율주행 연구의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모셔널의 본사는 미국 보스턴에 위치한다. 현대차그룹이 20억 달러를 미국에 투자한 셈이다. 자동차업계에선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평가한다. 업계 관계자는 “모셔널은 자율주행 관련 기술 개발에 집중하는 회사로, 현대차그룹은 이 투자로 결국 첨단 기술을 연구할 인력을 확보한 것”이라며 “관련 인재가 집중돼 있는 미국을 떠나 한국에서 회사를 설립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 투자가 현대차그룹의 미래에 어떤 결과를 가지고 올 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럼에도 분명한 건 ‘자율주행’의 변방이었던 현대차그룹이 이 한 건의 투자로 글로벌 자율주행 생태계에서 주목받는 플레이어로 부상했다는 점이다. 현대차그룹의 미래 투자는 이미 미국으로 향해있는 상태다. 모셔널 본사 뿐 아니라 정 회장이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꼽은 UAM과 로보틱스의 중심 축이 미국에 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업계에선 이번에 발표한 투자 계획의 상당 금액이 미국 워싱턴DC에 설립할 현대차의 UAM 사업 전담 법인에 투자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다른 한 축인 ‘로보틱스’의 중심은 인수를 진행중인 미국 ‘보스턴다이내믹스’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약 1조원에 달하는 금액을 투입해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하기로 했으며, 현재 관련 절차가 진행 중이다.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 금액도 이번 투자 계획 속에 포함됐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UAM은 워싱턴 자회사를 통해 생태계 조성 투자에 집중한고, 로보틱스 분야는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중심으로, 자율주행 분야도 앱티브와의 JV인 모셔널과 로보택시 상용화 파트너인 리프트를 중심으로 투자될 것”이라며 “투자 방식은 설비투자뿐만 아니라 R&D, 지분 인수, M&A 등 다양하게 이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UAM과 로보틱스 분야의 사업화는 그 누구도 걸어보지 못한 새로운 길”이라며 “최고 수준의 인력 확보는 물론 관련 업계와의 원활한 협력을 위해서라도 미국에서 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분석했다. 이번에 발표한 현대차그룹의 미국 투자 계획 중 가장 주목받는 건 ‘전기차 미국 생산’이다. 현대차와 기아의 전기차를 내년부터 미국에서도 생산한다는 게 중심이다. 이는 자율주행과 UAM 등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투자’와는 결이 다르다. 미래 기술 패권이 아니라 당장 미국 시장에서 전기차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선 필수적인 투자다. 현대차그룹이 전기차 미국 현지 생산 계획을 밝힌 것은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차 정책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미국 내 전동화 리더십을 확보하겠다는 차원으로 읽힌다.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판매량 중 미국 시장 판매량은 절대적으로 큰 수치다. 지난해 기준 현대차‧기아는 2020년 기준 미국에서 122만4758대(현대차 63만8653대, 기아 58만6105대)를 팔았다. 국내 시장을 제외하곤 단일 국가 중 가장 많은 판매로, 같은 해 현대차그룹 판매량(635만대)의 20% 수준에 달한다. 현대차그룹에 이렇게 중요한 미국 시장은 빠르게 ‘전기차’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다. 전기차로의 전환이 이뤄지지 않으면 현대차그룹이 미국시장의 영향력을 놓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에서 전기차를 팔기 위해선 ‘현지 생산’이 필수적인 상황이 되고 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친환경차 산업에서 100만개 일자리 창출'을 공약으로 내건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1월 정부기관의 공용차량을 미국산 부품 50% 이상을 미국 현지에서 생산한 전기차로 교체하겠다는 ‘바이 아메리칸’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여기에 전기차와 배터리의 미국 현지 생산을 유도하거나 강제하는 강력한 정책들이 수립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정부의 입김 뿐만이 아니다. 김진우 연구원은 “구글, 애플, 아마존 등 현지 IT 기업들과 미래차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미국에 최신 설비를 갖추는 게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 “국내 투자하라” 노조 반발도 현대차그룹의 ‘아메리칸 드림’에 반기를 드는 세력도 있다. 바로 현대차그룹의 노동조합이다. 국내 자동차공장의 일자리 감소를 우려하는 노조는 현대차그룹의 미국 투자 발표가 있은 직후 반발하고 나섰다. 노조는 “사측의 일방적인 미국 투자 계획에 대해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밝힌다”며 “노조의 뜻을 무시하고 일방적 해외투자를 강행한다면 노사 공존공생은 결코 요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반대의 근거로 단체협약을 들고 있다. 현대차 노조 단체협약 42조에는 “회사는 해외공장 신설, 증설(엔진, 변속기, 소재, CKD공장 포함) 및 해외공장 차종투입 계획 확정시 조합에 설명회를 실시하고, 해외공장 신설 및 차종 투입으로 인한 조합원의 고용에 영향을 미치는 사항은 고용안정위원회의 심의, 의결을 거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현대차그룹 측은 “국내 전기차 생산 물량의 이관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고용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고용안정위 절차를 거칠 의무가 없다는 얘기다. 업계에선 현대차그룹과 노조의 갈등에 주목한다. 단순히 미국 생산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뿐 아니라 중국 및 유럽 등에서 보호무역주의가 강화하며 전기차의 국내 생산 문제는 언젠가 불거질 수밖에 없는 문제였다”고 설명했다.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

2021.05.25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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