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일반
공급 확대 속 세제 변수…역대 정부가 남긴 집값 흐름은 [공급대책 점검]②
- 공급 확대 속 세제 압박까지…시장 긴장도 ↑
예측 가능한 정책이 관건…“계획보다 실행력”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정부가 서울 용산·노원과 경기 과천 등 수도권 핵심 입지에 총 6만가구를 공급하는 ‘1·29 도심 주택공급 확대 및 신속화 방안’을 내놓으면서 정책 효과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도심 내 체감 가능한 공급을 늘려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겠다는 구상이지만,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에 이어 보유세 강화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시장 긴장도는 오히려 높아지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역대 정부 사례가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사실이 있다고 말한다. 규제와 완화를 반복해도 집값은 정책 한두 가지로 통제되기 어렵고 결국 ▲금리 ▲유동성 ▲공급 기대 같은 구조적 변수가 시장을 좌우해 왔다는 점이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잇따라 강도 높은 메시지를 내놓으며 투기 수요 차단 의지를 분명히 하자 새 정부 부동산 정책의 방향성을 가늠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월 3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망국적인 부동산 투기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잡겠다”고 밝히며 “버티는 것보다 파는 것이, 늦게 파는 것보다 일찍 파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5월 9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매물이 증가하고 있다는 기사를 공유하며 사실상 매도 압력을 시사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어 “사용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은 얼마든지 있다”고 강조하면서 추가 규제 가능성도 열어뒀다. 시장에서는 양도세뿐 아니라 다주택자 보유 부담을 높이는 세제 카드까지 검토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며 경계감이 커지는 모습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최고 정책 결정권자의 직접적인 발언은 그 자체로 강력한 규제 신호로 받아들여진다”며 “단기적으로는 거래 관망세를 키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책은 달라도 집값 사이클은 반복
역대 정부의 집값 흐름을 보면 정책 방향과 결과가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았다. 공급 확대와 규제 강화가 반복되는 동안 시장은 정책보다 한발 앞서 움직이는 경향을 보여왔다.
노무현 정부는 판교 등 2기 신도시 개발을 추진하며 공급 확대에 나섰고, 종합부동산세와 분양가상한제 같은 강도 높은 규제도 병행했다. 그러나 재건축 기대감과 개발 호재가 맞물리며 서울 아파트값은 약 80% 상승했다.이명박 정부는 보금자리주택 등 공공 중심 공급 정책을 확대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영향이 더 크게 작용하며 집값은 약 10% 하락했다. 정책보다 거시경제 환경이 시장을 좌우한 대표 사례로 꼽힌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분양가상한제 탄력 적용과 뉴스테이 도입 등 민간 공급을 유도하는 정책이 추진됐고, 대출 규제 완화와 ‘부동산 3법’ 이후 거래가 살아나며 상승장이 본격화됐다.
윤석열 정부 역시 270만가구 공급 계획을 제시했지만 금리 급등에 따른 시장 위축이 먼저 나타나며 집값이 조정을 겪었다. 다만 최근 일부 지역에서는 반등 조짐도 나타난다.
결국 규제냐 완화냐보다 금리·유동성·공급 기대 등 구조적 변수가 집값을 좌우했다는 공통점이 확인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정권별 집값 흐름이 일정한 패턴을 보여준다고 지적한다.
경실련 측은 “한두 가지 단편적인 정책만으로는 집값 상승을 막기 어렵다”며 “정부가 규제를 강화하더라도 이후 부양 정책이 나오면 일정한 시차를 두고 가격에 반영되는 모습이 반복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세제 완화나 대출 확대는 거래 회복과 매수 심리 개선으로 이어지며 가격 상승 압력을 키웠고, 강력한 규제는 단기 안정 효과를 냈지만 공급 위축 우려가 커질 경우 다시 상승 요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단일 처방은 한계”…지속성·속도가 핵심
이 같은 점에서 시장에서는 새 정부가 공급 확대와 세제 규제를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을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강도 높은 투기 억제 의지와 대규모 공급 계획이 동시에 추진되는 가운데, 이번 정책 조합이 반복돼 온 집값 상승 사이클을 끊어낼 수 있을지 시장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책의 방향보다 지속성과 실행 속도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서울 핵심지 수요가 구조적으로 줄지 않는 상황에서 공급이 지연될 경우 상승 압력이 다시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전문가는 “정책은 시장 사이클을 바꿀 수는 있지만 장기 추세까지 뒤집기는 어렵다”며 “예측 가능한 공급이 꾸준히 이어지는지가 시장 안정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결국 공급 규모보다 세제 정책의 실제 강도에 더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결국 발표된 물량이 실제 착공과 입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그리고 세제 카드가 어느 수준까지 현실화될지가 향후 부동산 시장의 향방을 가를 핵심 변수로 꼽힌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현재 시장은 유동성이 여전히 풍부한 반면 공급 불안이 큰 상황”이라며 “수요 억제 중심 정책은 단기 과열을 진정시키는 데는 효과가 있지만 장기적인 안정 해법이 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은 계획보다 실행을 보고 움직인다”며 “1·29 공급대책 역시 실제 공급 일정이 가시화될 수 있도록 속도감 있게 추진되는지가 정책 신뢰를 좌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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