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포용금융 확대가 불러올 양날의 검…건전성 관리·수익성 확보 ‘난제’
- [인뱅 체리피킹 논란]②
“금융의 공적 역할” 강조하는 정부, 5월 포용금융추진단 띄운다
李 대통령, “원시적 약탈 금융” 질타…은행권 장기연체 채권 정리 작업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정부가 금융의 공적 역할을 강조하면서 은행들의 ‘포용’ 금융에 대한 압박이 거세질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포용금융추진단(가칭)을 준비하고 있다. 여신 체계나 신용평가 방식 등을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는 5월 중 포용금융추진단 첫 회의를 열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정책국을 비롯해 금융산업국·금융소비자국·디지털금융정책관 등 금융위 여러 국이 동시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포용금융추진단을 꾸리는 것은 대통령실이 금융의 공적 기능 역할을 강조한 것과 궤를 같이 한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중저신용자의 금융 소외 문제를 지적하며 “치밀하게 방치한 구조적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은행들이 기존의 신용평가 기준에 따라 신용도가 높은 우량 고객을 위주로 대출을 확대하거나, 저신용자에게 높은 금리를 적용하면서 중저신용자들이 상대적으로 소외됐다는 것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저축은행·상호금융·여신전문금융업권이 공급한 중금리대출 규모는 27조8100억원으로 집계됐다. 2024년 기준 30조9100억원의 대출을 시행했는데, 이보다 3조1000억원 감소한 수준이다. 특히 은행권의 공급 규모가 12.7%(1조2600억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중신용자(3~5분위)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작년 8월 말 기준 연 5.4~10.7%로 고신용자(6~10분위)의 4.9~5.1%에 비해 최대 2배 이상 높았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이재명 대통령과 정부 고위 인사의 비판을 고려하면 추진단에서 차주의 성장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새로운 신용평가 제도를 만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소외된 경제 주체들을 향한 자금 공급망 확충도 본격화한다. 금융위원회는 8일 ‘2026년 제1차 사회연대금융협의회’를 개최하고 서민금융진흥원(서금원) 등 정책금융기관의 마중물 역할을 강화하기로 했다. 서금원은 미소금융을 통해 사회연대경제조직에 대출을 공급하는 규모를 연간 60억원에서 150억원으로 확대한다.
신용보증기금(신보)은 사회연대경제조직 전용 우대보증 한도를 상향하고, 공급 규모를 현재 연간 2500억원에서 2030년까지 3500억원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은행권에서는 향후 3년간 사회연대경제조직에 총 4조3000억원의 자금을 신규 공급하기로 했다.
신진창 금융위 사무처장은 “최근 금융회사의 사회적 책무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며 “금융위는 새 정부 출범 이후 취약계층의 금융 접근성을 제고하고 신속한 재기를 지원하는 등 ‘포용금융으로의 대전환’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원시적 약탈금융’ 정조준…새도약기금 통해 재기 지원
기존의 부실 고리를 끊어내기 위한 움직임도 속도를 내고 있다. 그간 손 놓고 있던 장기 연체채권 정리작업도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지난 12일 오래된 연체채권 추심이 논란이 되자 금융회사들은 ‘상록수제일차유동화전문유한회사’(상록수)가 보유한 장기 연체채권 지분을 ‘새도약기금’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상록수는 2000년대 초 카드대란이 발생했을 때 주요 은행과 카드사가 출자해 만든 특수목적법인(SPC)이다. 신한카드(30%)·하나은행(10%)·IBK기업은행(10%)·우리카드(10%)·국민은행(5.3%)·국민카드(4.7%) 등 1금융권이 지분 약 70%를 들고 있다.
‘새도약기금’은 이재명 정부가 취약계층의 재기를 돕기 위해 5000만원 이하, 7년 이상의 장기 연체채권 등을 정리하기 위해 만든 공적 채무조정 프로그램이다. 상록수는 새도약기금 참여에 소극적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상록수가 연체채권을 보유하고 추심하면서 주주로 참여한 금융사들은 최근 5년간 약 420억원의 배당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이 대통령은 “아직도 이런 원시적 약탈적 금융이 버젓이 살아남아 서민들의 목줄을 죄고 있는 줄 몰랐다”며 “지금까지 관할당국은 왜 이런 부조리를 발견조차 못하고 있었을까”라고 비판했다. 하나은행은 “상록수가 보유한 장기연체채권 중 당행 지분(10%)에 해당하는 채권을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새도약기금에 매각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12일 밝혔다.
장기 연체채권이 새도약기금으로 넘어가면 추심이 즉시 중단되고, 상환 능력에 따라 채무조정과 분할 상환이 추진된다. 기초생활수급자 등 상환 능력이 없는 차주는 1년 이내 채권이 자동 소각된다.
다만 이 같은 포용 행보 이면에는 은행권의 건전성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정부의 포용금융 기조에 은행이 발맞출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지만, 동시에 은행의 건전성 악화로 연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중저신용자에 대한 포용금융 방식으로는 ▲대출 규모 확대 ▲대출 금리 인하 ▲채무 축소 및 탕감이 거론된다. 이는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차주들에게 대출을 확대해 숨통을 틔워줄 것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자칫 차주가 빚을 갚지 못할 경우 그 리스크를 은행이 오롯이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KIF) 선임연구위원은 ‘2026년 은행산업 전망 및 리스크 요인’ 보고서에서 “은행의 공적 역할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지속적으로 높아지면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포용금융의 강화 등 다양한 사회적 요구가 은행을 통해 구현되는 환경이 지속되는 것이 현재 은행이 직면한 가장 큰 리스크 요인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김 연구위원은 “은행이 본격적으로 생산적 금융으로 전환할 경우, 기업대출 확대와 재무안정성 유지 간 불균형적 성장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경기 사이클과 맞물려 늘어나는 기업대출 수요에 맞춰 생산적 금융을 공격적으로 확대할 경우, 적정 연체율과 자본비율 등 재무안정성도 확보해야 하는 딜레마에 직면한다”고 설명했다. 이미 국내 은행의 부실채권비율이 상승세인 가운데, 사업 불확실성이 높은 혁신기업에서 손실이 발생할 경우 대출을 해준 은행이 건전성 악화의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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